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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2월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의 로웰 천문대에서 젊은 아마추어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는 두 장의 밤하늘 사진을 번갈아 비교하다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퍼시벌 로웰이 예측한 ‘행성 X’의 흔적이었고, 3월 13일 태양계 9번째 행성 명왕성의 공식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발견은 당시 전 세계 과학계와 대중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명왕성의 이름은 영국 옥스퍼드의 11세 소녀 베네티아 버니가 로마 신화의 저승의 신 ‘플루토(Pluto)’를 제안해 채택된 것으로, 이 이름은 곧바로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같은 해 디즈니는 미키마우스의 반려견 ‘플루토’를 등장시켜 명왕성의 대중적 상징성을 한층 강화하였습니다.
행성 X를 찾아서
명왕성의 발견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20세기 초, 천왕성과 해왕성의 궤도에서 미묘한 이상이 관측되자, 로웰은 해왕성 너머에 미지의 거대 행성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1905년부터 자신의 천문대에서 ‘행성 X’ 탐색에 착수했지만, 1916년 사망할 때까지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후 유산 소송 등으로 탐색이 중단되었다가, 1929년 클라이드 톰보가 고용되며 다시 본격화되었고, 톰보는 밤하늘을 촬영한 사진판 수천 장을 ‘블링크 비교기’로 일일이 비교하는 고된 작업 끝에 명왕성을 찾아냈습니다.
이처럼 명왕성의 발견은 집요한 관측과 분석, 그리고 우연이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명왕성의 이름과 대중적 반향
명왕성의 이름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저승의 신에서 유래했습니다.
‘플루토’라는 이름은 어둡고 멀리 떨어진 천체의 이미지를 잘 반영했으며, 퍼시벌 로웰의 이니셜 ‘PL’이 이름 앞에 들어간 점도 천문대 측의 호감을 샀습니다.
이 이름은 1930년 5월 1일 공식 채택되었고, 곧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명왕성의 발견은 미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행성이라는 점에서 미국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겼으며, 명왕성은 교과서, 신문, 대중문화 전반에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명왕성이 플루토(Pluto)란 이름을 갖게 된 이유
(윤정현 문화부 기자) ‘플루토(Pluto)’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플루토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지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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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크기와 이상한 궤도: 초기 의문의 싹
명왕성은 발견 당시부터 수수께끼였습니다.
망원경의 한계로 크기와 질량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점차 관측 기술이 발전하며 그 정체가 드러났는데, 명왕성의 지름은 약 2,370km로, 지구의 달보다 작았으며(달의 약 68%), 질량은 지구의 0.2%에 불과했습니다.
궤도는 다른 행성들과 달리 많이 타원형이며, 황도면에서 17도나 기울어져 있고, 248년을 주기로 태양을 돌며, 그중 약 20년간은 해왕성 궤도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실제로 1979년부터 1999년까지 명왕성은 해왕성보다 태양에 더 가까웠습니다.
여기서 제가 학창시절 외웠던 행성의 순서에 어긋나네요, 이 사실로 행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천문학자가 많이 있었지 않았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표면은 질소, 메탄, 일산화탄소 얼음으로 덮여 있고, 평균 온도는 -230℃에 이릅니다.
1978년, 미국 해군 천문대의 제임스 크리스티는 명왕성 사진에서 이상한 돌기를 발견했는데 추가 분석 결과, 그 이상한 돌기는 명왕성의 첫 위성 카론이었습니다.
카론의 발견으로 명왕성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했고, 예상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카론은 명왕성 지름의 51%, 질량의 12%에 달하며, 두 천체의 질량 중심이 명왕성 바깥에 위치하는데, 이는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이 명왕성을 중심에 두고 돌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로서 명왕성과 카론은 태양계에서 보기 드문 ‘이중 천체’ 구조였습니다.
카이퍼 벨트와 에리스: 명왕성 지위의 결정적 위기
1992년, 해왕성 궤도 너머에서 명왕성과 비슷한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며 카이퍼 벨트의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카이퍼 벨트는 태양계 외곽에 위치한 얼음 천체들의 집합지로, 명왕성은 그중 가장 먼저 발견된 대표적 천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05년, 미국 칼텍의 마이클 브라운 교수팀이 명왕성보다 더 큰 천체 '에리스(당시 2003 UB313)'를 발견했는데,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질량이 크고, 크기까지도 비슷하며 이 발견은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에리스도 행성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촉발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런 천체들을 모두 행성으로 인정한다면, 태양계 행성의 수가 수십 개로 늘어난다는 이야기이고, 이렇게 되면 명왕성의 독특성이 사라지고, 행성 정의의 재정립 필요성이 대두된 것입니다.
2006년 IAU의 역사적 결정: 행성 정의의 재정립
2006년 8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는 행성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셌습니다.
2주간의 논의 끝에, IAU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 태양을 공전할 것
- 자체 중력으로 구형을 이룰 것
- 공전 궤도 주변을 ‘청소’할 것(주변 천체를 중력으로 제거했을 것)
명왕성은 첫 두 조건은 충족했지만, 카이퍼 벨트 내에서 궤도 주변을 청소하지 못해 세 번째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명왕성은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재분류됐고, 이로 인해 태양계 행성은 제가 학창 시절 외웠던 9개 행성이 아니라 8개로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명왕성, 에리스, 세레스 등이 왜소행성의 대표로 분류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명왕성이 미국인에 의해 발견된 유일한 행성이었기에, 국민적 실망과 반발이 컸으며, 교과서와 교육 자료, 대중문화 전반에 혼란이 일었습니다.
뉴호라이즌스의 증언: 명왕성은 죽지 않았습니다
명왕성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관심은 식지 않았습니다.
2006년 1월, NASA는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 탐사선을 발사했는데, 2006년은 공교롭게도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강등된 해이기도 합니다.
이 탐사선은 9년 반의 긴 여정 끝에 2015년 7월 명왕성에 근접비행에 성공하였고,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의 표면, 대기, 위성에 대한 전례 없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하트 모양의 스푸트니크 평원과 3,500m 높이의 얼음 산맥, 메탄 얼음 협곡 등 역동적인 지형이 확인되었습니다.
표면에는 젊은 지형과 오래된 분화구가 공존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질 활동의 흔적도 발견되었는데, 특히 얼음 슬러시 같은 것을 분출하는 얼음화산도 발견하였습니다.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을 지나치며 명왕성이 태양을 완전히 가릴 때 사진을 찍었는데, 이는 명왕성의 대기를 확인하기 위함이었고, 이 대기는 주로 질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뉴호라이즌스의 관측은 명왕성이 단순한 얼음덩어리가 아니라, 복잡한 지질학적 역사를 지닌 천체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탐사 책임자 앨런 스턴은 “지질 활동이 있는 천체를 왜소행성으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IAU 기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논쟁: 과학적 정의 vs 문화적 상징
명왕성의 강등 이후 지금까지도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명왕성의 행성 지위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합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IAU의 ‘궤도 청소’ 기준이 역사적으로 근거가 부족하고, 지질학적 특성을 무시한다고 비판하였으며, 2021년, 미국 플로리다대학 연구진은 “행성 정의는 태양계 형성 이론과도 맞지 않는다”며 재분류를 요구했습니다.
NASA 전 국장 짐 브라이든스틴은 “명왕성은 내게 여전히 행성”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반면, 명왕성 강등을 주도한 마이클 브라운은 “태양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맞섰습니다.
명왕성의 위성은 현재 5개(카론, 닉스, 히드라, 케르베로스, 스틱스)로 추가로 확인되었으며, 이들은 모두 명왕성의 플루토 이름처럼 지하세계 신화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명왕성의 문화적 유산과 과학의 진화
명왕성 논쟁은 단순한 분류 문제를 넘어, 과학적 정의와 문화적 상징의 충돌을 보여줍니다.
1930년 발견 당시 한계적 관측 기술로는 알 수 없었던 카이퍼 벨트와 외계 행성의 존재가 명왕성의 위상을 뒤바꿨듯, 앞으로의 발견이 현재의 정의를 다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명왕성은 여전히 대중에게 ‘아홉 번째 행성’으로 기억되고, 이는 과학적 사실과 문화적 정체성이 충돌하는 드문 사례입니다.
명왕성의 역사는 과학이 고정불변하지 않으며, 새로운 발견과 논의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진실을 상기시킵니다.
명왕성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이 문서는 태양계에 있는 왜행성에 관한 것입니다. 2012년 한국 영화에 대해서는 명왕성 (영화)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명왕성 Pluto발견자클라이드 톰보발견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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