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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오랜 질문과 세티앳홈(SETI@home)의 위대한 여정

"우리는 저 넓은 우주에 홀로 존재하는가?" 이는 인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 이래로 끊임없이 던져온 가장 근원적이고 매혹적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시작된 대담한 프로젝트가 바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이른바 '세티(SETI)'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최근, 이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대중적이고 거대했던 '세티앳홈(SETI@home)'의 최종 데이터 분석 결과가 대중에 공개되며 전 세계 천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1999년 버클리 대학 연구진에 의해 가동된 세티앳홈 프로젝트는 천문학 탐사의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전파 신호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로도 벅찬 엄청난 전산 자원이 필요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일반 시민들의 개인용 컴퓨터를 분산 자원으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했습니다. 

개인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켜지는 화면 보호기 작동 시간을 빌려 외계인의 신호를 분석하게 한 것입니다.

이 놀라운 프로젝트에는 무려 2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의 '외계인 사냥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습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시민들의 참여로 누적된 120억 개 이상의 우주 전파 신호를 분석한 최종 결과와, 새롭게 도출된 100개의 유력 후보 신호가 가지는 과학적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검증 계획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SETI@home 갈무리

 

120억 개의 데이터 속에서 찾아낸 100개의 '인공 신호' 후보

가.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극한의 필터링 과정

지난 20년 동안 세티앳홈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전파 신호 데이터는 무려 120억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우주는 결코 고요한 공간이 아니며, 이 방대한 데이터 속에는 외계 문명의 신호뿐만 아니라, 초신성 폭발이나 감마선 폭발과 같은 자연적인 우주 현상이 만들어낸 전파 섬광이 무수히 섞여 있습니다. 

게다가 지구 궤도를 도는 수많은 인공위성, 항공기, 그리고 현대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전파 노이즈까지 더해져 전파 망원경의 시야를 어지럽힙니다.

천문학자들은 진짜 인공 신호를 가려내기 위해 일명 '버디(Birdie)'라고 명명한 가짜 시그널 3,000개를 인위적으로 먼저 학습시키는 등 고도의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가짜 신호로 의심되는 것들을 1차적으로 속아냈고, 120억 개의 신호는 100만 개로, 다시 1,000개로 좁혀졌습니다. 

이 지루하고도 철저한 검증의 시간 끝에 살아남은 최종 후보가 바로 약 100개의 신호입니다.

나. 최종 후보 100개가 가진 결정적 특징

이 100개의 신호가 천문학자들을 설레게 하는 이유는 단순히 운 좋게 살아남아서가 아닙니다. 

외계 문명이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우 까다롭고 과학적인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수소선 주파수(1420MHz) 대역 관측: 세티 프로젝트의 선구자인 프랭크 드레이크는 외계 문명이 파장 21cm, 즉 주파수 1420MHz 근처의 전파를 사용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기에, 고도로 발달한 기술 문명이라면 필연적으로 이 주파수를 통신 수단으로 활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 전파는 성간 물질에 잘 흡수되지 않아 수천 광년의 먼 거리를 가로지르기에 가장 이상적입니다. 발견된 후보 신호들은 바로 이 대역에서 포착되었습니다.
  • 의도적인 맥동(Pulse) 형태: 자연적인 천체 폭발에서 비롯된 전파는 대개 일회성에 그치거나 불규칙하게 흩어집니다. 그러나 이번에 선별된 신호들은 마치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모스 부호를 보내듯 일정하게 깜빡이는 펄스 시그널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에 의한 규칙적 파장 변화: 외계인들 역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별을 공전하는 행성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성이 궤도를 돌며 움직일 때 그곳에서 지구로 쏘아 보낸 전파는 '도플러 효과'에 의해 파장이 규칙적으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후보 신호들은 놀랍게도 이러한 미세한 물리적 변화 패턴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rtl-sdr.com 사이트 갈무리

 

다. 한계 극복과 향후 정밀 검증 계획

이러한 유망한 후보들을 발견했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있습니다. 

세티 프로젝트의 상징이자 오랜 시간 관측을 담당했던 미국의 아레시보(Arecibo) 전파망원경이 붕괴되어 폐기된 것입니다. 

하지만 탐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현재 그 역할은 중국에 위치한 지름 500m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파스트(FAST)'가 넘겨받았습니다. 

파스트는 기존 아레시보보다 수신 능력이 8배나 더 강력하며, 연구진은 선별된 100개의 후보 신호가 날아온 우주의 좌표를 파스트 망원경으로 다시 겨냥하여, 각 신호당 15분씩 집중적인 정밀 관측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머지않아 이 관측에 대한 추가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 이 신호들의 진짜 정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astronomynow.com 사이트 갈무리

 

'쓸모없음'이 만들어내는 인류의 위대한 도약

최종 후보 100개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을 품기 전에, 우리는 과거의 뼈아픈 교훈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77년 포착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설적인 '와우 시그널(Wow! Signal)'은 혜성의 꼬리나 지구의 인공 노이즈였다는 추측만 남긴 채, 단 한 번의 관측을 끝으로 영원한 미스터리가 되었습니다. 

우연히 한 곳에서 한 번 포착된 신호만으로는 외계 문명의 존재를 확증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두세 곳 이상의 관측소에서 동시에 교차 검증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은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이라는 새로운 대규모 탐사 프로젝트로 바통을 이어받았으며, 곧 완공될 초대형 전파망원경 어레이(SKA)와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외계인을 찾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두고, 당장 우리의 일상이나 경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쓸모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우주 과학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의 운영자 역시 최근 출간한 에세이 『천문학자의 쓸모 없음에 관하여』를 통해 이러한 학자들의 고충과 내밀한 고민을 고백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탐사가 정말 무가치한 일일까요?

설령 우리가 끝내 그들을 찾지 못해 모든 것이 헛수고로 끝난다 하더라도, 미지의 우주를 향해 안테나를 세우고 수십 년간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낸 이 과정 자체는 인류가 보여준 가장 위대한 끈기이자 지적 도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저 100개의 후보 중 단 하나라도 진짜 외계 문명의 인사임이 밝혀진다면? 그것은 인류의 우주관과 역사를 송두리째 뒤바꾸는 가장 '쓸모 있는' 발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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