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언젠가 네이버 블로그에 책에 대한 글을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올리던 때 제가 책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남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한 가지 '책표지가 이쁜 책을 고르기도 한다'라는 내용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그 방법으로 고른 책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일단 책표지의 질감은 크리스카스 카드 같이 약간은 입체감이 있고, 요즘 다 떨어지고 없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그런 배경의 기차역에 교복을 입은 소녀 한 명이 서있는 그림,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주인공 부부의 남편 기관사가 함께 남아 있어 처음에는 그냥 이쁘기만 해서 선택했는데, 지금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책 표지를 보니 기관사의 마지막 마음이 어땠을지에 대하여 얼굴이 보이는 듯 한 느낌까지 드는 책 표지 그림입니다.
승강장 소녀 유령 유키호
책의 내용을 전부 다 이야기하는 것은 책을 나중에 읽어야 하는 분들에게 예의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책을 판매하는 Yes24에서 말하는 수준에 저의 생각을 조금 가미한 정도롤 이후 글을 적을까 합니다.
가마쿠라시에 봄기운이 넘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도힌철도 가마쿠라선 상행선 열차가 맹렬한 속도로 선로를 벗어나 가마쿠라 아키타마 신사의 도리이(신사 입구에 세운 기동 문)를 스친 다음 산간 절벽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탈선 사고가 난 후 두 달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니시유이가 하마 역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오고 그 귀신에게 부탁하면 사고 난 열차를 탑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 사망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귀신을 만나러 가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그렇게 나타나는 유령의 이름은 유키호!!
그 유키호가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네 가지 규칙을 지킬 수 있으면 타도 좋다고 말을 합니다.
-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의 이야기는 네 가지 큰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네 이야기에 등장인물이 하나 같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강풀 만화의 등장인물 구성과 최근 너무나도 좋아서 자주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과 너무나도 느낌이 같은 책으로 생각됩니다.
인물의 흐름
이야기의 처음은 사건의 피해자 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을 강하게 들어내는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고 그래서 그런지 결혼을 앞둔 약혼자를 보낸 여인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와닿았습니다.
어릴 적 형편이 어려움에 친구들에게 까지 따돌림을 당했던 주인공 도모코의 학창 시절에 너무나도 순진무구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확고한 신이치로가 도모코에게 마음을 쓰는 사건으로 둘 사이는 가까워집니다.
그렇게 약혼까지 오게 되는 이야기를 현실과 과거를 자주 오가며 시간의 혼동까지 느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제가 생각하기에 어릴 때 처음 볼 때부터 지금 사고가 나기 전까지 둘이의 사랑은 한결같았다는 내용을 말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뭐 아니면 말고요 ㅠㅠ)
이 신이치로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는 문구가 있는데요 바로 '에두르지 않은 솔직한 그의 말이'라는 문구입니다.
제가 책을 너무 읽지 않은 사람이고 읽어도 이런 문학서적은 배척하다시피 하니 말재주가 꽝이라 사실 이 '에두르다'라는 뜻을 몰랐습니다.
이전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면서 '채근하다'라는 말도 몰라서 찾아보기도 했는데 물론 '에두르다'도 찾아보았습니다.
'에두르다'는 둘러서 표현하다, 둘러쳤다는 뜻으로 여기서 의 '에두리지 않는 솔직한 그의 말이'라는 뜻은 둘러대지 않고 솔직하게 말을 했다는 뜻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하나씩 한글을 배워 나가는 것 같네요 ㅠㅠ 이미 50대 인데도요 ㅠㅠ
다음 이야기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정이 얼마나 무한한지와 이 사고로 인해서 그 무한한 사랑을 알아가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네 가지 이야기 꼭지 중에서 이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의 등장인물과 상관없이 구성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마지막 유령 열차를 타고 아버지와 아들이 나눈 이야기에서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호되게 야단치며 말하는 장면에서는 제 가슴도 누군가 잡고 흔드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아직은 성숙하지 않고 얼굴에 커다란 반점과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을 콤플랙스로 가지고 있는 초등학생이었던 가즈유키가 다카코 누나를 만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가즈유키는 열차 안에서 만난 조언을 해주는 어떤 남자분의 도움으로 힘을 얻어 다카코 누나에게 유령 열차 안에서 고백을 하게 되는데 다카코는 눈물을 흘리면서 왜 눈물을 흘리는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는 전개가 됩니다.
저도 사실은 왜 울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이야기를 마저 읽고서 왜 우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조언을 해준 남자분은 첫 번째 이야기기의 신이치로라는 것을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사랑이야기로 가즈유키에게 힘을 주죠!!
사건의 끝
네 번째 이야기가 바로 기관사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보통 드라마나 소설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좀 강한 이야기 사건을 불러오거나 조금은 사건을 부풀려 전개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이 책에 나오는 대분의 이야기 중 왕따의 이야기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나오는 실제 이야기라서 글을 읽으면서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소설의 이야기인데도 현실로 끌고 와서 저의 머릿속에 넣고 마음을 흔드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도코모, 사카모토 유이치, 가즈유키, 미사코가 이 사건으로 인해서,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힘든 이야기를 들렸습니다.
남편을 보낸 기타무라 미사코의 집에 전화를 하여 '살인자의 집이죠?'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XX새들, 집으로 돌을 던지는 개새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년을 넘게 이웃사촌으로 지냈던 사람들이 뒤에서 들으라고 뒷말하는 그런 이야기는 지금까지 일본에 대해서 들었던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기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렇지 않아도 싫고 멀게 느껴졌는데 이 책으로 인해서 저는 더 힘들어져 버렸습니다.
기관사인 남편에게 모든 죄를 덮으려는 도힌철도 관계자들에게도 화가 나고, 네 번째 마지막 이야기는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로 이어져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미사코는 남편을 보낸 힘듦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거기서 만난 노부부 중 할아버지 우지키씨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 우지키씨를 니시유이가하마 역에서 만나고 자신의 손녀가 왕따를 심하게 당했고 사고 한참 전 2월에 급행열차에 투신하여 자살을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네 그 손녀가 유키호입니다.
그 유키호가 아직 성불하지 못하고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남아 있었고, 탈선 사고로 죽은 이들도 성불하지 못하고 아직 기차와 같이 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사실 이 마지막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있었습니다.
위에 말했던 다카코 누나의 눈물이야기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인 미사코도 마찬가지로 유령 열차를 유키호에게 설명을 듣고 유령 열차를 남편과 같이 생을 마감한다는 목적으로 타는데 남편이 열차에서 내리게 한 이야기를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또한 고민했습니다.
책의 말미에 유키호가 이야기합니다.
처음에 유령열차에 대해서 승차를 하기 위한 조건만을 말하지 그들의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탈선 사고로 사망해서 이 유령열차에 승차한 모두는 자신들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 내용이 나오기까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미사코 남편이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도착하고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 "내려"라는 한마디에 저의 심장은 멋는듯 했고, "내려 부탁할게"라고 말을 할 때 이유를 알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심장을 죄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은 죽을 것을 안다!! 하지만 유령열차에 탄 사람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고 산사람이 살 수 있게 앞으로 한발 내디딜 수 있게 도와주는 거였다!!라는 상황이 짧은 순간 다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열차가 하늘로 향하고 미사코는 승강장에서 남편은 기관석에서 그리고 밝게 인사하고 가는 유키호는 열차에서 인사를 하며 이야기는 정리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각자 사정은 다르고 입장도 다르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 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