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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시원한 맥주가 주는 효과는 상당합니다.
그래서 다들 술을 마십니다.
저는 이날 여러 가지 생각과 아이들의 고마움으로 맥주를 마셨습니다.
직장생활 권태기
1994년 12월 어느 날 저는 첫 직장에 출근을 하게 됩니다.
교수님이 소개해 준 곳에 갔지만 나의 실력이 모자랐고 같은 전공 졸업자가 다 지원했던 그 시절 데이콤도 지원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좋게 표현해서 찾아 나선 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더 놀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과 사무실에 붙어 있던 입사공고문을 보고 바로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회사일까요? 아닙니다.
들어가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여러분들이 아는 그런 좋은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회사는 충분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회사였습니다.
관리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냐에 따라서 그 관리자를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생계가 한 번에 무너지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회사였습니다.
그에 반해서 저는 이 회사를 단순히 어떤 회사인지 어떤 업무를 하는 것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수습 기간 3개월 50만 원 급여라는 말 하나로 선택을 하였습니다.
정말 단순하고 생각 없고 멍청했습니다.
지금의 제가 당시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면 아마 어머니가 하셨던 심한 꾸짖음을 그대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친 듯이 일하다
그 회사는 무척 정적이었던 회사로 기억합니다.
참 생각해보니 면접 때 있었던 일이 정말 웃겨서, 지금 그때 그 '유용선'사장님을 만나면 여쭙고 싶습니다.
'사장님 그때 왜 저에게는 그런 질문을 하셨어요?' 이렇게 말이죠
뭐 결과적으로는 나란히 앉아 있었던 지원자 중에서 저만 입사하게 되었기는 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저를 선택한 이유가 참 궁금해집니다.
어떤 질문인지 궁금하시죠?
말을 하자면 조금 서론을 붙여야, 그러니까 상황이 살짝 필요합니다.
지원자가 한 번에 3명이 나란히 앉아서 있는 상황에, 저는 오른쪽 끝에 앉아 있었고 가운데 분은 경력직이었고, 왼쪽은 신입이었습니다.
경력자는 경력자답게 면접관 3명의 질문에 프로답게 설명을 잘 이어 나갔고 왼쪽 신입도 공부를 잘하는 건지 말주변이 좋은 건지 정말 또박또박 말을 했었습니다.
문제는 이 둘이 너무 면접을 잘 보고 있었기에 면접관이 무언가 스스로 실수를 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되는 상황이, 정말로 사장님 포함 면접관 3명은 이 둘과만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소외된 친구가 지금 오른쪽 끝에 아무 말하지 않고 앉아 있구나를 갑자기 인지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고 바로 그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력서를 훑어보더니 '지원자는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예요?' 딱 이렇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둘이서는 기술 이야기 성장 이야기 일 이야기를 그렇게 하더니 저에게는 대뜸 한다는 질문이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니? 이게 정말 말인지 방귀인지, 웃기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질문에 사실은 너무 반갑고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아는 것을 물어봤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광석이라고 말하고 '흐린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합니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게 저의 인생 첫 면접이었습니다.
직장인 생활의 시작
저의 첫 인생 면접을 하고 그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웃기죠? 이렇게 면접을 보고 입사에 성공하다니, 그러니 저는 이 회사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서는 것 좋아하고 이왕 하는 일이 있으면 즐겁게 해야 하고 남들 하기 싫은 일을 자진해서 하면 지금은 바보라고 하지만 그때는 그래도 순수하게 좋게 봐주는 사람이 문화가 있었던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지금은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그냥 바보로 압니다.
그래서 이용만 해 먹고 다 이용했다 싶으면 버리는 세상입니다.
꾀를 내서 일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저는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IMF 전후로 잠시 공부한다고 6개월가량 학원 다니며 놀며 보낸 시간을 제외하고, 지금 다니는 회사를 구인하던 시기에 취업이 잘 안돼서 약 5개월 쉰 것을 합하면 1년 정도네요, 그 시간을 제외하면 저는 항상 일을 하였습니다.
결혼 전에는 다니는 회사에 사장이 목표라며 남들 안 하는 야근을 자처해서 하였고, 정말 남들이 피하는 일도 열심히 했었으며 이후 다른 회사 면접을 볼 때는 회사가 저를 구인할지 말지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 회사를 선택하는지 마는지에 대한 자리이기도 합니다.라는 말을 시전 하면서 회사의 비전을 관리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대답이 시원찮으면 그 회사에서 오라고 해도 다른 회사를 찾는 그런 시절도 있었던 그런 제가 지금은 정말 마음 적으로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시는 퇴근하면 직장 동료와 회사 앞에서 술 한잔 하며 아웅다웅 좋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그것이 우리가 보던 아버지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세상도 아니고 워라벨을 떠나서 내 개인 생활이 보장이 안 되는 회사라면 안 다닌다 하는 문화를 가진 MZ라는 세대도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이제 나이 먹고 힘 빠진 숫 사자처럼 어디 구석에서만 얌전히 앉아 아무 말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맥주를 마셔 볼까?
그렇게 번아웃 아닌 번아웃 상태라는 것을 느끼며 회사를 다니고 있는 와중에 회사에서 기분이 꿀꿀한 상황이 발생되고 그런데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힘든 상태가 발생하니 퇴근길 발의 무게는 정말 천근만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퇴근 때 저를 마중 나오는 딸 때문에 집으로 향하는 저의 마음은 그래도 무언가의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인데, 이날은 세상에 딸이 남동생도 데리고 같이 나와서 버스 정류소에 기다리고 있었더라고요.
와 이런 기쁨이 순간 회사의 꿀꿀함도 한방에 다 날려 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이 둘을 동시에 꼭 안아주며 저도 깊은 마음의 응어리를 한숨으로 내뱉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아이 둘과 집으로 걸어가는 길 발걸음은 가볍고, 두 아이의 손을 잡은 양손은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그냥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것이 함께 있는 동네 유일 꼬치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염통 꼬치를 한 번에 3개를 시키고 저는 맥주와 함께 먹태를 시키고 아이들은 물로 저는 맥주로 원샷을 때렸습니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었지만 이 정도는 간식이라며 정말 순식간에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습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의 먹는 모습을 보고 기쁘지 않은 경우가 있을 까요? 너무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도 목부터 흘러 내려가는 시원함에 또 한 번 속 깊은 응어리를 한숨으로 내뱉었습니다.
오늘 맥주 한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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